J Hosp Palliat Care 2018; 21(1): 1-8
Published online March 1, 2018 https://doi.org/10.14475/kjhpc.2018.21.1.1
Copyright © Journal of Hospice and Palliative Care.
Myunghee Kim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Myunghee Kim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DB Dadong Building, 113 Namdaemoon-ro, Jung-gu, Seoul 04522, Korea Tel: +82-2-737-8950 Fax: +82-2-737-6006 E-mail: rosam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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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ly 20 years after the Boramea Hospital case, the act on decisions on life-sustaining treatment for patients in hospice and palliative care or at the end of life has taken effect on February 4, 2018 as recommended by the National Bioethics Committee. However, during the legislation process, some parts of the bill that stakeholders and concerned parties did not see eye to eye were either revised or removed. Moreover, the hospice and palliative care part was added in the last minute before the enactment. As a result, the law includes parts that are not in line with the recommendations from the National Bioethics Committee, thereby causing various problems. Therefore, it is crucial to monitor how the decisions on life-sustaining treatments are made in the field and gather various opinions of concerned parties to identify and address problems in the early stage of the implementation of the law. Based on the data, the legislation must be amended to fulfill its purpose that is “to protect the dignity and value of human beings by assuring the best interests of the patients and by respecting their self-determination”.
Keywords: Life support care, Hospices, Palliative care, Decision making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일반적으로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을 사회적 관행으로 받아들이던 의료현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보라매병원 사건에 관여되었던 의료진들이 2004년에 대법원에 의하여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서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결정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 판결). 의료기관 내에서 연명의료 중단은 이전의 사회적 관행처럼 이루어질 수가 없게 되었고, 연명의료결정을 둘러싸고 환자, 보호자 및 의료진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과도한 연명의료의 시행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당사자인 의료계를 제외하고 사회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였으며, 해결을 위한 제도나 법률이 마련되지도 못한 채 10여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2008년 2월 폐암이 의심되어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받다가 폐출혈과 심호흡 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 후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여 연명의료를 받게 된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2008년 5월 서울 서부지법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 소를 제기하면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논의는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다. 김 할머님의 가족들이 신청한 소송에 대하여 1심, 2심 재판부 모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라고 판결하였으며, 2009년 5월 대법원에서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환자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라고 하며 김 할머니의 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하다고 인정하였다(대법원 2009.5.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김 할머니 사건관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는 “연명치료중단등의 문제를 아무런 기준의 제시 없이 해당 의사나 환자 본인, 가족들의 판단에만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 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사회 일반인이나 의사 등 이해관계인의 견해를 폭넓게 반영하여 연명치료중단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과 치료중단에 이르기까지의 절차, 방식,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을 규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여 연명의료중단등과 관련한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1).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개기로 우리사회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다 결국 2016년 2월 4일 19대 국회 막바지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가 병합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어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2년간의 시행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 2월 4일 전면 시행에 이르렀다. 비록 이제 막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제도이므로 시행과 함께 법률의 문제점,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하여 발 빠르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2009년 김 할머니 판결 이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및 대한병원협회는 합동으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9년 10월에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발표하였으나 실제 현장에서 제도로서 작동하기는 어려웠다. 한편으로 정부에서는 2009년 12월 20여명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2010년 6월까지 7차례의 회의를 열어 연명치료중단과 관련하여 쟁점사안에 대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의사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표시, 관련 법률의 입법 여부 등과 관련해서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오히려 논의를 통하여 위원들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확인하였으며, ‘향후 그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숙제만을 남기고 제도화 및 입법을 시작하지 못하였다(2). 18대 국회에서는 2009년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법안’, 김세연 의원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등의 법안이 발의되고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입법 활동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법률안들은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어 입법되지는 못하였다(3).
2011년 7월 새로이 제3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004년에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구성된 대통령위원회이다. 제3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여러 당사자 국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음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2012년 11월에 열린 제2차 본회의에 연명의료 중단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본회의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의를 함으로써 제도권 내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논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회의 결과 심도 있는 논의와 적절한 결론의 도출을 위해서는 관련 현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전문가 및 관련자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한시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수석간사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학회 및 시민단체 등 각계의 추천을 거쳐 11명의 위원을 구성하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서면의결을 거쳐 ‘연명치료중단을 위한 제도 마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특별위원회는 제3기 2012년 12월 21일 첫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수석간사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구성의 배경 및 위원회의 임무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윤성 교수를 선임하였다. 이후 특별위원회는 2013년 1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총 5차례의 공식회의를 하였다. 회의는 전문가 위원들의 다른 나라들의 제도 및 법률들에 대한 연구 발표 및 이를 통한 관련 쟁점에 대한 자유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회의 이후 작성된 회의록은 매번 모든 위원들에게 이메일로 회람하였으며 회람된 회의록의 내용에 이의가 있는 위원들은 이메일 또는 유선전화로 이의를 신청하였으며 이의를 바탕으로 다시 회의록을 작성하여 다시 회람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정리하였다. 4차례의 회의를 통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들을 중심으로 5차 회의에서 종합적인 논의를 하였고 이를 토대로 최종 권고(안)이 마련되었다. 마련된 권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2013년 5월 개최하였으며, 공청회에서 토의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하여 다시 회의를 열어 합의한 내용을 담아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한 최종 권고(안)를 마련하였다.
이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과의 연구용역을 거쳐 법률(안)의 초안이 마련되었다(4). 이후 초안을 기초로 하여 법률계, 의료계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법률(안)을 수정하였고 수정된 안에 대하여 종교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공청회를 거쳐 최종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법률(안)은 김재원 의원실을 통해 다시 공청회를 거쳤다. 공청회 이후에 우호적인 입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천주교의 입장을 최대 수용하기로 하고 최종 연명의료결정법(안)에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법률(안)의 일부를 삽입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발의된 법률(안)은 보건복지상임위를 거치면서 이미 발의되어 있던 김춘진 의원의 암관리법 전면 개정 법률(안)과 김세연 의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법률(안)과 병합 심의하여 보건복지위 최종안으로 마련되었다(5). 이후 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내용 및 자구의 수정이 이루어지고 일부 조항은 삭제되어 최종(안)으로 확정되어 19대 국회 말인 2016년 1월 8일 202명 출석에 200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하여 제정에 이르게 되고 국무회의를 통과 후 2016년 2월 4일 공표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총 5장으로 1장은 총칙, 2~3장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내용, 4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5장은 보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명의료와 관련된 조항은 국가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마련되었으며 4장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조항은 김세연 의원실의 호스피스·완화의료법률(안)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마련되었다.
입법 목적은 제1조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의 시기를 판단하는 “임종과정”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으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말기환자(末期患者)”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및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중에서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정의하였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이 법률로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 대상을 4가지로 한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으로 정의하여 법률의 적용이 연명의료의 중단뿐 아니라 유보를 포함하도록 하였다.
제2장(제9조~제14조)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제9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제11조~제13조), 의료기관윤리위원회(제14조) 등 관련기관과 연명의료계획서(제10조)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제12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장에서는 실제 연명의료중단등의 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15조에서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의 대상이 되는 환자를 이 법 제17조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환자 가족 2인의 진술에 의하여 환자의 의사가 연명의료중단을 원하는 것이며, 이 표현된 의사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의 대상이 되는 임종과정의 의사에 반하지 않음을 확인한 경우로 정하고 있으며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때에는 제18조에 따라 이 법률에 따른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 및 환자 가족 2인의 진술, 가족전원의 합의 등에 관한 확인과 말기환자의 판단, 임종기 환자의 판단,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전 임종과정에 있는 지의 판단에 대하여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하도록 의무를 주고 있다.
제4장은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제21조에서는 정부가 호스피스를 위하여 실시하여야 하는 각종 사업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23조에서는 호스피스센터의 지정에 관한 사항 및 그 역할에 관한 내용과 제24조에서는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의 지정 및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5조에서는 의료기관 중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업무를 하려는 기관의 요건과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유형에 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제25조에 따른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유형은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5장은 보칙 조항을 제6장은 벌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권고를 근간으로 하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은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한 절차와 조건 등에 한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 과정을 통해 기존 「암관리법」에 있던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합쳐지면서 법률이 다루는 내용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법률의 명칭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되었다. 또한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는 과정에서 각종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법률 제정을 위해 발의된 법률(안)을 국회본회의 상정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 속에서 본래 국가위원회의 권고에 담긴 내용들이 변경되거나 삭제되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반쪽의 법률로 전락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현행 제정 법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환자와 임상현장이 중심이 되어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법률이 작동되도록 하여 입법 취지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몇 문제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위원회의 논의 및 권고에서는 ‘결정할 수 연명의료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 특수 연명의료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다.’라고 하여 특수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발의된 법률(안) 초안에서도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하여 4가지 시술 이외의 특수연명의료에 대하여서도 결정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으나 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에서 등이 빠지면서 열거되지 않은 특수연명치료의 결정 가능성이 배제되었다. 이에 따라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Heart & Lung Machine 등과 같은 실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보다 더 특수한 연명의료 결정은 이 법에 따라서는 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만약 새로운 특수연명의료 기술이 도입될 시에도 이 법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법률의 적용을 받아 연명의료 결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3).
둘째, 무연고자의 경우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을 하라고 국가위원회는 권고하고 법률(안)에도 이를 담았으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었다. 그러므로 가족이 없어 제17조(환자의 의사 확인) 가족 2인에 의한 의사추정이나 제18조(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의 연명의료중단) 가족 전원의 합의가 불가능한 무연고자의 경우에는 환자 자신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쓰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연명의료결정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였다.
셋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은 법률 제10조(연명의료계획서 작성) 3항에서 ‘담당의사는 해당 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내용을 이해하였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이 경우 해당 환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는 환자 및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하여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환자만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대리인 지정에 의한 동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반면 같은 법률 제29조(호스피스의 신청) 제2항에서는 ‘말기환자등이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에는 미리 지정한 지정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고 지정대리인이 없을 때에는 제17조 제1항 제3호 각목의 순서대로 신청할 수 있다’라고 하여 대리인지정에 의한 대리동의를 허용하고 있으며 법률이 한 명의 가족이 대리인으로 역할을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같은 법률 내에서 대리인지정에 의한 동의에 대하여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호스피스의 이용에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학자는 이 법률은 대리인 지정을 규정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6).
넷째, 제2조 정의 조항에서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라고 하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로부터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로 진단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환자본인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법이 제정된 입법취지와 상당히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임종기의 연명의료중단등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2명의 의사가 허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자율적인 결정을 상당히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본인의 임종기에 대한 의사표현의 시기는 질병의 의학적 상태보다 환자 본인의 상태에 대한 자각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7). 좀 더 심사숙고 하여 자신의 임종기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말기 또는 임종기라고 의사가 판단하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질병의 상태, 예후 등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를 말기환자등에 한정하여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말기환자로 진단받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 수개월 전에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가능하다. 반면 4개 질환 이외의 환자는 말기를 지나고 임종기 환자로 판단을 받아야만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가능하다. 앓고 있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시기가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시기를 말기환자등으로 판정 받은 특정 시점으로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원의에 따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작성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범위를 확대시켜 윤리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이 되는 환자를 사망 시점에 임박한 시점에 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기 위하여 말기라는 용어를 피하고 임종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였으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내용이 들어오면서 말기라는 용어가 이 법률에 포함되게 되어 말기라는 용어와 임종기라는 용어가 동시에 이 법률 안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말기라는 용어를 임종기와 별 구분이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말기와 임종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임종기와 말기의 구분을 없애고 ‘말기환자’의 경우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대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8).
여섯째, 이 법률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라 한다)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말기환자등”이라 한다)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고 정의하여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면 모든 질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읽혀진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에도 질환의 종류와 상관 없이 호스피스의 이용 계획에 대한 의향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 이 또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는 경우 질환의 종류에 상관없이 호스피스 이용이 가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 별지 서식 제1호, 임종과정의 환자에게는 특정한 기관에서 특정 전문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공되는 전문 완화의료의 일종인 호스피스의 이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모든 의료인으로부터 일반완화의료의 일환으로 보편적인 임종돌봄(comfort care)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나, 이런 개념이 혼동되어 있다.
일곱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 관련한 논의를 중심으로 권고를 마련하였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은 국가위원회 중심의 논의 속에서 함께 다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가위원회에서도 ‘환자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는 적극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논의의 과정에서도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법률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필요한 내용은 연명의료중단등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이행하는 절차와 그 절차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의 한 분야로 법률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그 기반의 마련과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질을 담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명의료결정법 내에 성격이 다른 내용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진다. 궁극적으로는 연명의료결정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과정에 대한 법률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화와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보라매 사건 이후 근 20년간의 논쟁과 논의를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과 각자 다른 신념과 믿음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이 달랐다. 그러나 과도한 의료화 속에 죽어야만 하는 우리네 현실을 개선하고자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을 조금은 굽히고 양보하여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권고를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위원회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권고가 마련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으로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연명의료 중단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환자의 자기결정을 중심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된 것은 의료분야의 결정과정에 환자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많은 이들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이 법률이 가지는 문제점은 다를 것이며 해결방안도 다 다를 것이다. 어떤 학자는 대상환자를 임종기로 한정하는 것보다 말기환자도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9), 심지어 어떤 학자는 법이 아니더라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라면 중단하는 것이 의료인의 의학적 양심이나 의료윤리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10).
이 법률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본래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법은 이미 2018년 2월 4일 전면 시행되었다. 지적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 법의 시행에 많은 사람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 참여하여 실제 법률 절차대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하고 이행을 해보고, 해보니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해결방안을 의견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관련기관은 법률의 시행 후 현장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관련 당자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환자의 자율적인 결정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선이 이익이 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법률이 될 수 있도록 법률개정 및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내용과 호스피스 완화의료 내용을 분리 입법하는 것까지도 고민하여 할 것이다.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Hospice & Palliative Care Act, Natural Death Act)의 경우에도 2000년 6월 공포 이후 2002년, 2011년, 2013년 개정을 통해 그 내용을 수정하였다. 2016년 1월 또한 환자자기결정법(Patient Self-Determination Act)을 새롭게 제정하였다. 더 나은 제도를 위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떤 법률이든 개정은 필연적이다. 이 법이 원래 목적했던 국민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죽음을 위한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는 법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물질적 지원함은 물론이고 법률 시행 이후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여 법률의 개정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J Hosp Palliat Care 2018; 21(1): 1-8
Published online March 1, 2018 https://doi.org/10.14475/kjhpc.2018.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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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unghee Kim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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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ly 20 years after the Boramea Hospital case, the act on decisions on life-sustaining treatment for patients in hospice and palliative care or at the end of life has taken effect on February 4, 2018 as recommended by the National Bioethics Committee. However, during the legislation process, some parts of the bill that stakeholders and concerned parties did not see eye to eye were either revised or removed. Moreover, the hospice and palliative care part was added in the last minute before the enactment. As a result, the law includes parts that are not in line with the recommendations from the National Bioethics Committee, thereby causing various problems. Therefore, it is crucial to monitor how the decisions on life-sustaining treatments are made in the field and gather various opinions of concerned parties to identify and address problems in the early stage of the implementation of the law. Based on the data, the legislation must be amended to fulfill its purpose that is “to protect the dignity and value of human beings by assuring the best interests of the patients and by respecting their self-determination”.
Keywords: Life support care, Hospices, Palliative care, Decision making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일반적으로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을 사회적 관행으로 받아들이던 의료현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보라매병원 사건에 관여되었던 의료진들이 2004년에 대법원에 의하여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서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결정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 판결). 의료기관 내에서 연명의료 중단은 이전의 사회적 관행처럼 이루어질 수가 없게 되었고, 연명의료결정을 둘러싸고 환자, 보호자 및 의료진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과도한 연명의료의 시행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당사자인 의료계를 제외하고 사회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였으며, 해결을 위한 제도나 법률이 마련되지도 못한 채 10여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2008년 2월 폐암이 의심되어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받다가 폐출혈과 심호흡 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 후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여 연명의료를 받게 된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2008년 5월 서울 서부지법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 소를 제기하면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논의는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다. 김 할머님의 가족들이 신청한 소송에 대하여 1심, 2심 재판부 모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라고 판결하였으며, 2009년 5월 대법원에서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환자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라고 하며 김 할머니의 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하다고 인정하였다(대법원 2009.5.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김 할머니 사건관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는 “연명치료중단등의 문제를 아무런 기준의 제시 없이 해당 의사나 환자 본인, 가족들의 판단에만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 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사회 일반인이나 의사 등 이해관계인의 견해를 폭넓게 반영하여 연명치료중단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과 치료중단에 이르기까지의 절차, 방식,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을 규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여 연명의료중단등과 관련한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1).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개기로 우리사회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다 결국 2016년 2월 4일 19대 국회 막바지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가 병합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어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2년간의 시행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 2월 4일 전면 시행에 이르렀다. 비록 이제 막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제도이므로 시행과 함께 법률의 문제점,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하여 발 빠르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2009년 김 할머니 판결 이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및 대한병원협회는 합동으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9년 10월에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발표하였으나 실제 현장에서 제도로서 작동하기는 어려웠다. 한편으로 정부에서는 2009년 12월 20여명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2010년 6월까지 7차례의 회의를 열어 연명치료중단과 관련하여 쟁점사안에 대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의사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표시, 관련 법률의 입법 여부 등과 관련해서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오히려 논의를 통하여 위원들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확인하였으며, ‘향후 그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숙제만을 남기고 제도화 및 입법을 시작하지 못하였다(2). 18대 국회에서는 2009년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법안’, 김세연 의원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등의 법안이 발의되고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입법 활동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법률안들은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어 입법되지는 못하였다(3).
2011년 7월 새로이 제3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004년에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구성된 대통령위원회이다. 제3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여러 당사자 국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음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2012년 11월에 열린 제2차 본회의에 연명의료 중단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본회의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의를 함으로써 제도권 내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논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회의 결과 심도 있는 논의와 적절한 결론의 도출을 위해서는 관련 현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전문가 및 관련자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한시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수석간사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학회 및 시민단체 등 각계의 추천을 거쳐 11명의 위원을 구성하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서면의결을 거쳐 ‘연명치료중단을 위한 제도 마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특별위원회는 제3기 2012년 12월 21일 첫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수석간사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구성의 배경 및 위원회의 임무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윤성 교수를 선임하였다. 이후 특별위원회는 2013년 1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총 5차례의 공식회의를 하였다. 회의는 전문가 위원들의 다른 나라들의 제도 및 법률들에 대한 연구 발표 및 이를 통한 관련 쟁점에 대한 자유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회의 이후 작성된 회의록은 매번 모든 위원들에게 이메일로 회람하였으며 회람된 회의록의 내용에 이의가 있는 위원들은 이메일 또는 유선전화로 이의를 신청하였으며 이의를 바탕으로 다시 회의록을 작성하여 다시 회람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정리하였다. 4차례의 회의를 통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들을 중심으로 5차 회의에서 종합적인 논의를 하였고 이를 토대로 최종 권고(안)이 마련되었다. 마련된 권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2013년 5월 개최하였으며, 공청회에서 토의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하여 다시 회의를 열어 합의한 내용을 담아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한 최종 권고(안)를 마련하였다.
이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과의 연구용역을 거쳐 법률(안)의 초안이 마련되었다(4). 이후 초안을 기초로 하여 법률계, 의료계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법률(안)을 수정하였고 수정된 안에 대하여 종교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공청회를 거쳐 최종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법률(안)은 김재원 의원실을 통해 다시 공청회를 거쳤다. 공청회 이후에 우호적인 입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천주교의 입장을 최대 수용하기로 하고 최종 연명의료결정법(안)에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법률(안)의 일부를 삽입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발의된 법률(안)은 보건복지상임위를 거치면서 이미 발의되어 있던 김춘진 의원의 암관리법 전면 개정 법률(안)과 김세연 의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법률(안)과 병합 심의하여 보건복지위 최종안으로 마련되었다(5). 이후 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내용 및 자구의 수정이 이루어지고 일부 조항은 삭제되어 최종(안)으로 확정되어 19대 국회 말인 2016년 1월 8일 202명 출석에 200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하여 제정에 이르게 되고 국무회의를 통과 후 2016년 2월 4일 공표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총 5장으로 1장은 총칙, 2~3장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내용, 4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5장은 보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명의료와 관련된 조항은 국가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마련되었으며 4장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조항은 김세연 의원실의 호스피스·완화의료법률(안)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마련되었다.
입법 목적은 제1조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의 시기를 판단하는 “임종과정”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으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말기환자(末期患者)”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및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중에서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정의하였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이 법률로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 대상을 4가지로 한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으로 정의하여 법률의 적용이 연명의료의 중단뿐 아니라 유보를 포함하도록 하였다.
제2장(제9조~제14조)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제9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제11조~제13조), 의료기관윤리위원회(제14조) 등 관련기관과 연명의료계획서(제10조)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제12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장에서는 실제 연명의료중단등의 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15조에서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의 대상이 되는 환자를 이 법 제17조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환자 가족 2인의 진술에 의하여 환자의 의사가 연명의료중단을 원하는 것이며, 이 표현된 의사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의 대상이 되는 임종과정의 의사에 반하지 않음을 확인한 경우로 정하고 있으며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때에는 제18조에 따라 이 법률에 따른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 및 환자 가족 2인의 진술, 가족전원의 합의 등에 관한 확인과 말기환자의 판단, 임종기 환자의 판단,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전 임종과정에 있는 지의 판단에 대하여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하도록 의무를 주고 있다.
제4장은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제21조에서는 정부가 호스피스를 위하여 실시하여야 하는 각종 사업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23조에서는 호스피스센터의 지정에 관한 사항 및 그 역할에 관한 내용과 제24조에서는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의 지정 및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5조에서는 의료기관 중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업무를 하려는 기관의 요건과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유형에 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제25조에 따른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유형은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5장은 보칙 조항을 제6장은 벌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권고를 근간으로 하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은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한 절차와 조건 등에 한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 과정을 통해 기존 「암관리법」에 있던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합쳐지면서 법률이 다루는 내용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법률의 명칭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되었다. 또한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는 과정에서 각종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법률 제정을 위해 발의된 법률(안)을 국회본회의 상정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 속에서 본래 국가위원회의 권고에 담긴 내용들이 변경되거나 삭제되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반쪽의 법률로 전락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현행 제정 법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환자와 임상현장이 중심이 되어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법률이 작동되도록 하여 입법 취지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몇 문제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위원회의 논의 및 권고에서는 ‘결정할 수 연명의료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 특수 연명의료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다.’라고 하여 특수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발의된 법률(안) 초안에서도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하여 4가지 시술 이외의 특수연명의료에 대하여서도 결정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으나 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에서 등이 빠지면서 열거되지 않은 특수연명치료의 결정 가능성이 배제되었다. 이에 따라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Heart & Lung Machine 등과 같은 실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보다 더 특수한 연명의료 결정은 이 법에 따라서는 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만약 새로운 특수연명의료 기술이 도입될 시에도 이 법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법률의 적용을 받아 연명의료 결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3).
둘째, 무연고자의 경우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을 하라고 국가위원회는 권고하고 법률(안)에도 이를 담았으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었다. 그러므로 가족이 없어 제17조(환자의 의사 확인) 가족 2인에 의한 의사추정이나 제18조(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의 연명의료중단) 가족 전원의 합의가 불가능한 무연고자의 경우에는 환자 자신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쓰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연명의료결정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였다.
셋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은 법률 제10조(연명의료계획서 작성) 3항에서 ‘담당의사는 해당 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내용을 이해하였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이 경우 해당 환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는 환자 및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하여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환자만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대리인 지정에 의한 동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반면 같은 법률 제29조(호스피스의 신청) 제2항에서는 ‘말기환자등이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에는 미리 지정한 지정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고 지정대리인이 없을 때에는 제17조 제1항 제3호 각목의 순서대로 신청할 수 있다’라고 하여 대리인지정에 의한 대리동의를 허용하고 있으며 법률이 한 명의 가족이 대리인으로 역할을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같은 법률 내에서 대리인지정에 의한 동의에 대하여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호스피스의 이용에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학자는 이 법률은 대리인 지정을 규정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6).
넷째, 제2조 정의 조항에서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라고 하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로부터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로 진단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환자본인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법이 제정된 입법취지와 상당히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임종기의 연명의료중단등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2명의 의사가 허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자율적인 결정을 상당히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본인의 임종기에 대한 의사표현의 시기는 질병의 의학적 상태보다 환자 본인의 상태에 대한 자각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7). 좀 더 심사숙고 하여 자신의 임종기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말기 또는 임종기라고 의사가 판단하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질병의 상태, 예후 등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를 말기환자등에 한정하여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말기환자로 진단받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 수개월 전에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가능하다. 반면 4개 질환 이외의 환자는 말기를 지나고 임종기 환자로 판단을 받아야만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가능하다. 앓고 있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이 시기가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시기를 말기환자등으로 판정 받은 특정 시점으로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원의에 따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작성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범위를 확대시켜 윤리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이 되는 환자를 사망 시점에 임박한 시점에 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기 위하여 말기라는 용어를 피하고 임종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였으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내용이 들어오면서 말기라는 용어가 이 법률에 포함되게 되어 말기라는 용어와 임종기라는 용어가 동시에 이 법률 안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말기라는 용어를 임종기와 별 구분이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말기와 임종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임종기와 말기의 구분을 없애고 ‘말기환자’의 경우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대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8).
여섯째, 이 법률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라 한다)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말기환자등”이라 한다)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고 정의하여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면 모든 질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읽혀진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에도 질환의 종류와 상관 없이 호스피스의 이용 계획에 대한 의향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 이 또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는 경우 질환의 종류에 상관없이 호스피스 이용이 가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 별지 서식 제1호, 임종과정의 환자에게는 특정한 기관에서 특정 전문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공되는 전문 완화의료의 일종인 호스피스의 이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모든 의료인으로부터 일반완화의료의 일환으로 보편적인 임종돌봄(comfort care)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나, 이런 개념이 혼동되어 있다.
일곱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 관련한 논의를 중심으로 권고를 마련하였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은 국가위원회 중심의 논의 속에서 함께 다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가위원회에서도 ‘환자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는 적극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논의의 과정에서도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법률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필요한 내용은 연명의료중단등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이행하는 절차와 그 절차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의 한 분야로 법률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그 기반의 마련과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질을 담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명의료결정법 내에 성격이 다른 내용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진다. 궁극적으로는 연명의료결정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과정에 대한 법률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화와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보라매 사건 이후 근 20년간의 논쟁과 논의를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과 각자 다른 신념과 믿음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이 달랐다. 그러나 과도한 의료화 속에 죽어야만 하는 우리네 현실을 개선하고자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을 조금은 굽히고 양보하여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권고를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위원회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권고가 마련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으로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연명의료 중단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환자의 자기결정을 중심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된 것은 의료분야의 결정과정에 환자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많은 이들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이 법률이 가지는 문제점은 다를 것이며 해결방안도 다 다를 것이다. 어떤 학자는 대상환자를 임종기로 한정하는 것보다 말기환자도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9), 심지어 어떤 학자는 법이 아니더라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라면 중단하는 것이 의료인의 의학적 양심이나 의료윤리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10).
이 법률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본래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법은 이미 2018년 2월 4일 전면 시행되었다. 지적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 법의 시행에 많은 사람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 참여하여 실제 법률 절차대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하고 이행을 해보고, 해보니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해결방안을 의견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관련기관은 법률의 시행 후 현장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관련 당자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환자의 자율적인 결정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선이 이익이 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법률이 될 수 있도록 법률개정 및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내용과 호스피스 완화의료 내용을 분리 입법하는 것까지도 고민하여 할 것이다.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Hospice & Palliative Care Act, Natural Death Act)의 경우에도 2000년 6월 공포 이후 2002년, 2011년, 2013년 개정을 통해 그 내용을 수정하였다. 2016년 1월 또한 환자자기결정법(Patient Self-Determination Act)을 새롭게 제정하였다. 더 나은 제도를 위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떤 법률이든 개정은 필연적이다. 이 법이 원래 목적했던 국민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죽음을 위한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는 법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물질적 지원함은 물론이고 법률 시행 이후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여 법률의 개정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