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Hosp Palliat Care 2017; 20(2): 122-130
Published online June 1, 2017 https://doi.org/10.14475/kjhpc.2017.20.2.122
Copyright © Journal of Hospice and Palliative Care.
Ji Yun Lee, Yong Mi Lee, Jae In Jang
Department of Nursing, Kangwon National University, Chuncheon, Korea
Correspondence to:Jae In Jang
Department of Nursing, Kangwon National University, 1 Kangwondaehak-gil, Chuncheon 24341, Korea
Tel: +82-31-572-6926, Fax: +82-31-572-1194, E-mail: vivianj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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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and understand the meaning and the structure of subjective experiences of intensive care nurses with death of patients with do-not-resuscitate (DNR) orders. Data were collected from eight intensive care nurses at general hospitals using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and analyzed by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The nurses’ experiences were grouped into four theme clusters: 1) ambiguity of death without correct answer, 2) a dilemma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death and work, 3) the weight of death that is difficult to carry and 4) death-triggered reflection of life. It is necessary to develop accurate judgment criteria for DNR, detailed regulations on the DNR decision process, guidelines and education on DNR patient care for nurses. It is also needed to develop an intervention program for DNR patients’ families.Purpose:
Methods:
Results:
Conclusion:
Keywords: Intensive care units, Nurses, Resuscitation, Death, Qualitative research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에 따라 생애말기 환자에 대한 간호는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중환자실 사망률은 상급종합병원 이상에서 전체 사망의 16.9%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1). 생애말기 간호와 죽음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1월, 환자가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되었다(2).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 기준 확립 이전에도 DNR (Do-Not- Resuscitate, DNR) 결정은 증가해 왔지만(3) 법제화 이후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DNR이란 환자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4). DNR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개별적인 한 인간으로서,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호사로서 윤리적 갈등과 실무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일개 연구에 따르면 DNR에 대한 결정이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명확한 기준에 따르기보다 의료진에 의한 경우가 96%, 가족이 제기하는 경우가 4%로 나타나면서 환자 자신의 결정은 배제되어 있고, DNR 환자에 대한 치료도 49%에서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고(5),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유지 장치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51.3%가 찬성하는 등에 대한 치료의 혼란을 경험하였다(6). 또한 Kim의 연구에서도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오는 죄의식과 의사결정에 대한 윤리적 갈등을 겪게 되고(7), 59.2%에서 정서적 영역에 대한 간호가 감소하거나, 사회적 영역의 간호는 30%가 증가하는 등 간호활동에 대한 혼란(8,9)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결정되는 DNR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의 간호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10), DNR 결정 후에는 치료나 간호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지원체계가 없고, Han등에 따르면 DNR의 필요성은 93.1% 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돌봄의 다양한 상황에서 DNR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서는 회복 불가능한 질병일 경우가 43.8%, 혼수상태일 때 DNR을 결정해야 한다는 경우가 22.8%로 나타나 상황적인 맥락에 의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11). 병원의 규모와 부서에 따라 DNR 환자를 돌보는 과정은 상황마다 다양하고, 환자를 돌보면서 예정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는 간호사들의 경험 또한 매우 복합적이다.
특히, 중환자실 간호사는 중환자실의 특수성에 따른 업무로 인하여 의학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와 DNR 환자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부담을 가지며(12), DNR 결정 이후 간호활동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환자의 임종상황을 맞이하게 되므로 DNR 환자 임종과 관련된 경험은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간호사에게 환자의 죽음은 인간적 갈등과 업무량 과중으로 스트레스와 상관관계를 보이고(13), 임종에 대한 안타까움과 허망함(14), 이별에 대한 슬픈 감정(15)을 가지며, 간호과정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딜레마(16)를 경험한다. DNR 환자 임종과정은 일반적인 환자의 임종이 가져오는 공통적인 상황 외에 DNR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한 문제로 간호사에게 다른 차원의 감정과 인식,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DNR 환자와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일반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한 무디어짐(17), 무의미한 생명연장술에 대한 딜레마, 임종 전 가족간호의 필요성 경험(13)에 대해 보고한 연구결과는 있으나 중환자실에서의 DNR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죽음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의 상황을 나타내기에는 불충분하고, 탐색이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에서 DNR 환자의 임종을 지켜본 간호사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들의 임종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연구결과를 통하여 DNR 환자의 존엄한 죽음이 실현되고, 생애말기 간호과정에서의 체계적인 간호를 확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DNR 환자의 임종을 겪으면서 수용하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 의미와 그 구조를 기술하는 것이다. 연구 질문은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에 대한 경험은 어떠한가?”이다.
본 연구는 DNR 환자의 임종을 경험한 간호사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하여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한 질적 연구이다.
대상자는 경기도 소재 3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로 임상 경력 3년 이상이면서, DNR 환자 임종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연구목적과 절차에 대하여 설명 후 연구에 동의한 간호사 8명이다. 참여자 표출방법은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로부터 충분한 DNR 환자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추천을 받는 방식의 눈덩이 표집법을 사용하였다.
자료 수집기간은 2016년 7월부터 8월까지이며,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진행되었다. 인터뷰 일정과 장소는 1∼2주전에 사전 협의하여 정하였고, 면담장소는 소회의실 등과 같은 외부와 차단되는 공간을 이용하였다. 또한, 인터뷰 전 연구 주제와 목적에 대해 미리 설명하여 참여자가 DNR 환자 죽음경험에 대해 미리 생각할 시간을 주어 깊이 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뷰 소요시간은 평균 60분이었고, 질문내용은 반 구조화된 질문을 이용하면서 면담시 필요한 내용은 필사노트를 이용하고 면담내용은 녹음하였다. 면담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 자료의 포화시점이라고 판단되었을 때 자료수집을 종료하였다. 면담 시 사용된 주요 질문은 “DNR 환자 임종 경험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DNR 환자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DNR이 아닌 환자와 DNR이 결정된 환자의 임종경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DNR 환자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과의 경험은 어떠한가?”였다.
연구내용과 방법은 K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승인번호: KWNUIRB-2016 06-002)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하고 참여자의 비밀보장과 익명성, 연구 참여자가 원할 시에는 언제든지 연구 참여 철회가 가능함을 설명하였다. 또한 인터뷰 시 면담내용에 대한 녹음과 필사, 녹음된 내용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을 설명하고 연구 종료 시 수집된 정보는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위 내용은 참여자의 서면 동의서를 받은 후 진행하였다.
참여자로부터 얻어진 면담내용은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기술하는 현상학적 방법인 Colaizzi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Colaizzi 방법은 개인 속성보다는 연구 참여자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해 내는데 초점을 맞춘 분석방법으로(18)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에 대한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먼저 자료 분석을 위하여 녹음내용을 필사한 후 연구자들이 충분히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자료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였다. 둘째, 필사본을 다시 읽으면서 간호사의 감정과 생각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진술문을 추출하였다. 셋째, 뽑아낸 진술문을 앞뒤 맥락을 연결하여 다시 읽으면서 주요 의미를 정리하고 넷째, 주요 의미와 진술문을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여 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제를 뽑아내고 주제모음을 구성하였다.
연구의 엄격성 확보를 위하여 Guba와 Lincoln (19)이 제시한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fittingness), 감사가능성(audibility),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의 4가지 준거를 적용하였다. 연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대상자는 중환자실 경력이 3년 이상인 간호사로 선정하였고, 녹음내용 그대로를 필사 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진술의 의미와 도출된 주제에 대하여 참여자의 확인 과정을 거쳤다. 적합성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속한 중환자실 간호사 중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3인에게 도출된 주제와 주제모음이 자신이 경험한 DNR 환자 임종경험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또한 감사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의 주도 하에 연구의 전 과정을 표준적인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노력하였다. 연구의 확인가능성을 위해 연구자들의 가정과 해석을 명확히 하고 자료 분석 시 연구자의 주관과 편견을 배제하며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구대상자 8명은 모두 여성이었고, 연령은 20대에서 50대까지이다. 결혼 상태는 기혼이 6명이었으며, 종교를 가진 경우가 5명이었다. 중환자실 경력은 3년 이상이 2명, 8년 이상이 6명이었고, 임상경력은 3년 이상 2명, 9년 이상 13년 미만이 3명, 20년 이상이 3명이었다(Table 1).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Participant | Age | Sex | Marital status | Religion | Clinical carrier (yrs) | Length of ICU experience (yrs) |
---|---|---|---|---|---|---|
1 | 43 | F | Married | None | 20 | 10.5 |
2 | 33 | F | Married | None | 13 | 8.5 |
3 | 36 | F | Married | Christianity | 10 | 8.7 |
4 | 24 | F | Unmarried | None | 3.9 | 3.9 |
5 | 48 | F | Married | Christianity | 9 | 9 |
6 | 50 | F | Married | Christianity | 25 | 12 |
7 | 25 | F | Unmarried | Christianity | 3.6 | 3.6 |
8 | 49 | F | Married | Catholic | 25 | 15 |
ICU: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 경험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 자료에서 128개로 구성된 진술문을 구성하였고 그 중 70개의 의미 있는 진술문을 추출하여 이것을 9개의 주제와 4개의 주제 모음으로 구성하였다(Table 2).
Table 2 Theme, Theme Cluster, Meaningful Statements.
Theme clusters | Themes | Meaningful statements |
---|---|---|
Ambiguity of death without correct answer | Decision of death by others | Death to be chosen regardless of patient’s will. |
A natural acceptance of death | Naturally facing death. | |
Preparing death for dignity | Family to accept and prepare for death. | |
A dilemma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death and work | Feeling sorry for the torpor of death | At the last moment, expect hope to survive. |
Predicted death and dull feelings of emotion in work | Ignore the feelings of death by busy work. | |
The weight of death that is difficult to carry | Accepting the family to ease the weight of death | Death coming back to the wrong by medical staff. |
The sorrow of a family that has become mine | Become empathy for the sadness of the family. | |
Death-triggered reflection of life | Death situation of me and family connected with patient’s death | Death of a patient according to my situation. |
Looking back at the process of death | Decisions about death that you should choose when you are alive. |
DNR: Do-Not-Resuscitate.
이 주제모음은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 의 3개의 주제가 포함되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DNR 환자의 죽음에서 자신이 배제된 죽음 결정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과 자연스러운 임종과정을 받아들이며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DNR 결정 이유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족의 경제적인 상황에 의하거나, 의료진에 의해 결정되는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1번이 돈이더라구요… 환자모시고 가겠다는 거예요… 오늘 차 안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가겠대요.”(참여자 1)
“경제적 여건이나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그냥 DNR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이 안타깝죠, 더 살고 싶은데,..본인의 결정이 아니고 의료진의 결정에 의해 DNR이 되는 경우가 있고…”(참여자 3)
주제
주제 1에서 나타난 DNR 죽음의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하게 생명유지 장치에 의한 연명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다가온 죽음에 순응하며 자신의 수명에 따라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DNR은 깔끔하게 돌아가시는 느낌, 자기 몸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돌아가시는 거잖아요… 그 사람의 명을 늘린다고 해도 죽을 때는 의학적으로 연장해도, 연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살만큼 살고 돌아가실 거 같아요.”(참여자 7)
주제
간호사들은 주제 2에서 나타난 환자의 죽음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환자가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간호사 스스로 먼저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였고, 존엄한 임종이 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으며, 가족들도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DNR 이라고 결정된 분들은 나도 내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게 있어요. 죽음에 대해 그 분이 돌아가시는 거를 나 스스로 준비하더라구요…”(참여자 6)
“미리 보호자들에게 알려서 환자와 같이 있을 수 있게 하는 시간을 배려함으로써 가족들이 모이게 하고 나름대로 죽음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참여자 1)
이 주제모음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죽음에 대한 미안함’, ‘예정된 죽음과 업무 속에서 무뎌진 감정’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간호사들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죽음을 하나의 업무로 처리하게 되는 자신을 인식하였고, 감정이 무뎌지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환자의 죽음으로 인한 감정과 간호업무 사이에서의 부조화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생명연장술을 포기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보면서 상태가 나빠져도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경험하였고, 임종 후에도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간호에 대한 후회와 미안해 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DNR 받은 환자에게는 죄책감도 있고 아, 정말, 이렇게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정말 이 환자가 DNR 해서 환자나 보호자한테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참여자 2)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전까지 있던 분인데 사라지는걸 보니까 일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좀 더 인간적으로 케어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해요.”(참여자 5)
주제
간호사들은 예정된 죽음 앞에서 임종 이후의 업무를 바쁘게 진행하면서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거나, 감정이 무뎌짐을 느끼고 있었다.
“예견된 죽음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이런 것들이 무뎌지고, 덜 해지는 거 같아요, 안타까움, 애처로움, 이런 느낌들이 조금 덜해요.”(참여자 2)
“빨리 보호자 부르고, 주치의한테 미리 말해놓고 기다리다가 사망하면 닥터 불러서 사망진단하고, 진단서 받고, 빨리 장례식장 내려야 그 다음 일이 진행되니까요.”(참여자 4)
이 주제모음은 ‘죽음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가족 받아들이기’, ‘내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슬픔’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DNR 환자의 가족들을 가까이에서 대하면서 죽음을 무게를 덜어내고자 하는 가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같은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죽음이 주는 무거움을 나름대로 감당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가족들이 DNR 환자의 상태악화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결정한 DNR에 대한 죄책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의료진의 탓으로 돌리려는 감정적 분노나 투사도 받아들여야 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결국 DNR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 환자가 돌아가시는 상황을 어떻게든 의료진에게 돌리고 싶어서 너 네가 이런 게 아니냐 하고…”(참여자 1)
“얼마 전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하니, 선생님이 그 말하기 전에는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해서 더 심하게 나빠졌어요, 해서 참 보호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참여자 6)
주제
간호사들은 면회를 오는 가족들과 DNR 환자 임종과정을 함께 하면서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거나 감정 이입되기도 하였다.
“환자분들이 돌아가실 때 울고 애도하고 슬퍼하고, 같이 울어요.”(참여자 1)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환자에 대한 애도, 마지막 기도 같은 거, 그리로 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표정, 마음전달….”(참여자 8)
이 주제모음은 ‘환자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나와 내 가족의 죽음, ‘죽음의 길 되돌아보기‘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DNR 환자 간호과정에서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DNR 상황을 연결하고, 환자의 삶과 죽음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고찰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DNR 결정 환자의 임종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앞으로 닥쳐올 나와 내 가족의 죽음과 상황을 대입해 보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DNR해서 돌아가신 분 보았을 때 아,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저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죽을 때, 내 가족들이 죽으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이걸 극복해야 될까…”(참여자 2)
“DNR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하면 선뜻 못할 거 같아요, 죄 짓는 것 같아서요. 사인 해달라고 하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받으라고 해요… 그렇게라도 하면 내가 부모님을 죽인 것 같다는 느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들기도 하고…”(참여자 8)
주제
임종경험을 통해서 간호사들은 DNR에 대한 태도와 의미를 되새기는 것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죽음의 순간, 혼자 떠나게 되는 고독한 길에 대하여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죽음을 좀 다르게 본거 같아요. DNR에 대한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거 같고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환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참여자 3)
“장례식장 내리고 나서 빈 침대를 보면 참 인생이 이거구나 하는 게, 그냥 치워지는 느낌. 먹먹할 때가 있어요.”(참여자 4)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DNR 환자의 임종을 겪으면서 수용하는 개인의 주관적 의미와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죽음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바라보았고, 죽음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제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었다. 또한 DNR 결정 과정과 죽음에 대해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복잡한 감정을 함께 수용하였고, 자신과 가족을 DNR 상황과 죽음에 대입하여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모음인 ‘정답이 없는 죽음의 양면성’은 간호사들이 DNR 환자 임종에 대해 서로 다른 측면을 동시에 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간호사들이 죽음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게 되는 것은 선행 연구에서 DNR 결정과정에 대해 양가감정을 보이고(20), 임종환자 돌봄에 있어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는(21) 연구결과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3개의 주제인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 중에서 첫 번째 주제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은 환자가 배제되고 가족과 의료진의 결정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DNR 결정이 과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결정인지, 가족들의 경제적인 문제와 상황적 조건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 및 혼란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22). 그러나 두 번째 주제인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에서는 DNR 환자의 죽음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 있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세 번째 주제인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은 다가온 죽음을 수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간호사들이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심리적, 상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치료중심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환자가 가능한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돌봄에 집중하고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23).
두 번째 주제모음인 ‘죽음과 일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딜레마’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임종을 그냥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간호사들이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반면, 죽음 상황에서는 임종관련 업무를 무덤덤하게 수행하는 복합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의 슬픔 속에서 나만 살아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24). 이 결과는 간호사들이 임종환자를 돌볼 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25),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것 같은 심정으로 인한 죄책감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20)와 비슷한 맥락이다.
간호사들이 느끼는 미안함은 간호가 대상자들에게 최적의 건강상태를 위해 유익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와 직업상 경험하게 되는 죽음이나 위협에 대한 인간고뇌의 문제(26)를 넘어서서 DNR이라는 주제에 대한 윤리적 가치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간호사들이 윤리적 가치관의 갈등과 불일치를 경험할 때 간호업무와 개인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27). 따라서 간호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 DNR 환자에 대한 간호행위의 정당성 및 윤리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에 대한 간호윤리 지침과 의사결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예정된 죽음과 업무 속에서 무뎌진 감정’은 대상자들의 진술을 통해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경력이 쌓임에 따라 죽음에 익숙해져서 슬픔과 애처로운 감정이 무디어진 것이고, 두 번째는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죽음을 같이 슬퍼하고 아파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바쁜 업무에 치여서 임종처치에 급급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다. Lee (14)의 연구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죽음에 무감각해지고 빨리 정리되어야 하는 하나의 일이 되어버림을 자각하는 경험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중증환자와 DNR 환자를 함께 돌볼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의 간호사들은 생명의 위기에 처한 환자를 우선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간호사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 상황에서의 DNR 환자 죽음은 간호사에게 더 큰 감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주제모음인 ‘가족이 안고 있는 죽음의 무게 감당하기’는 가족들의 복잡한 감정을 수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간호사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투사하는 대상이 되고 있었고, 상태악화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의 탓으로 돌리는 가족들의 분노를 수용해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가족의 분노와 투사는 환자상태가 악화될수록 가족들이 환자가 자신들에게 원망을 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되고,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간호사에게로 투사한다고 한 연구결과(17)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Kubler-Ross와 Kessler (28)는 가족들이 자신의 깊은 아픔과 슬픔, 공포를 은폐하기 위해 죽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죽음 직전 다른 이에게 전이시킨다고 하였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죽음과 관련된 가족의 감정을 성숙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분노와 적개심의 기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24), 환자 가족들이 DNR을 결정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내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슬픔’이라는 주제는 간호사들이 환자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상실에 대한 정서적 고통에 감정 이입되어 함께 슬픔을 공감하고 애도를 표하는 경험을 나타낸다. 울어준다는 것은 상호 신뢰를 나타내며 간호사가 가족의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24). 간호사들이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감정이입이 되거나(29), 환자와의 관계에서 슬픈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때 간호사들이 감정에 흔들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업무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정서적 부담감을 경험할 수 있다(15). 그러므로 간호사가 환자의 죽음에서 오는 자신의 슬픔을 인정하거나 감정이입을 자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충분한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마지막 주제모음인 ‘상실로 얻은 삶에 대한 성찰’ 에서는 ‘환자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나와 내 가족의 죽음’, ‘죽음의 길 되돌아보기’의 2개 주제이다. 간호사들은 DNR 환자 임종경험 후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 삶을 반추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행연구에서도 간호사들이 임종환자를 돌보면서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죽음을 생각하며, 매 순간 삶에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4,30). 또한 DNR 환자의 임종경험으로 간호사들이 생명의 중요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간호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는 Lee (31)의 연구와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본 연구결과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과 관련된 경험 중 적극적 치료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환자의 죽음과 다른 부분은 다음의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간호사들은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해 복합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는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해 간호사로서의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세 번째는 간호사들이 DNR을 결정한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자신에게 투사하는 것을 감당하거나 가족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DNR 환자의 죽음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치료, 간호범위에 대한 모호함과 관련하여 간호사들에게 혼란과 갈등, 감정적 부담을 가져오고, 죽음 후 가족의 감정적인 투사와 같은 현상도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는 DNR 결정이 대부분 가족과 의료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22), 많은 가족들이 DNR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언급하지 않거나 상의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32). 특히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갈등은 대부분 진료비 문제와 간호의 부담감으로 인한 가족문제와 관련되어 있다(33). 죽어가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보다는 살아있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의 DNR이 결정되는(22) 현실 앞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윤리적인 지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회복불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과 판단주체, DNR 결정 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현실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죽음은 모든 인간 각자에게 개별화된 경험이며 문화, 종교, 가치관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34). 따라서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또한 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중환자실 환경에서 DNR 환자에 대한 개별적이고도 전인적 간호를 통한 죽음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생애말기 환자에 적합한 환경조성과 인력관리 계획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의의는 중환자실에서의 DNR 환자 임종 경험을 통해 간호사들이 갖게 되는 복합적인 시선과 감정적 부담, 죽음에 대한 성찰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을 확인하였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DNR에 대한 회복불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 및 DNR 결정 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현실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DNR 환자에 대한 간호행위의 정당성과 윤리문제에 대한 분석,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DNR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중재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으로 이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과 개발이 요구된다.
J Hosp Palliat Care 2017; 20(2): 122-130
Published online June 1, 2017 https://doi.org/10.14475/kjhpc.2017.20.2.122
Copyright © Journal of Hospice and Palliative Care.
Ji Yun Lee, Yong Mi Lee, Jae In Jang
Department of Nursing, Kangwon National University, Chuncheon, Korea
Correspondence to:Jae In Jang
Department of Nursing, Kangwon National University, 1 Kangwondaehak-gil, Chuncheon 24341, Korea
Tel: +82-31-572-6926, Fax: +82-31-572-1194, E-mail: vivianj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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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and understand the meaning and the structure of subjective experiences of intensive care nurses with death of patients with do-not-resuscitate (DNR) orders. Data were collected from eight intensive care nurses at general hospitals using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and analyzed by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The nurses’ experiences were grouped into four theme clusters: 1) ambiguity of death without correct answer, 2) a dilemma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death and work, 3) the weight of death that is difficult to carry and 4) death-triggered reflection of life. It is necessary to develop accurate judgment criteria for DNR, detailed regulations on the DNR decision process, guidelines and education on DNR patient care for nurses. It is also needed to develop an intervention program for DNR patients’ families.Purpose:
Methods:
Results:
Conclusion:
Keywords: Intensive care units, Nurses, Resuscitation, Death, Qualitative research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에 따라 생애말기 환자에 대한 간호는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중환자실 사망률은 상급종합병원 이상에서 전체 사망의 16.9%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1). 생애말기 간호와 죽음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1월, 환자가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되었다(2).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 기준 확립 이전에도 DNR (Do-Not- Resuscitate, DNR) 결정은 증가해 왔지만(3) 법제화 이후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DNR이란 환자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4). DNR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개별적인 한 인간으로서,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호사로서 윤리적 갈등과 실무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일개 연구에 따르면 DNR에 대한 결정이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명확한 기준에 따르기보다 의료진에 의한 경우가 96%, 가족이 제기하는 경우가 4%로 나타나면서 환자 자신의 결정은 배제되어 있고, DNR 환자에 대한 치료도 49%에서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고(5),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유지 장치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51.3%가 찬성하는 등에 대한 치료의 혼란을 경험하였다(6). 또한 Kim의 연구에서도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오는 죄의식과 의사결정에 대한 윤리적 갈등을 겪게 되고(7), 59.2%에서 정서적 영역에 대한 간호가 감소하거나, 사회적 영역의 간호는 30%가 증가하는 등 간호활동에 대한 혼란(8,9)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결정되는 DNR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의 간호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10), DNR 결정 후에는 치료나 간호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지원체계가 없고, Han등에 따르면 DNR의 필요성은 93.1% 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돌봄의 다양한 상황에서 DNR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서는 회복 불가능한 질병일 경우가 43.8%, 혼수상태일 때 DNR을 결정해야 한다는 경우가 22.8%로 나타나 상황적인 맥락에 의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11). 병원의 규모와 부서에 따라 DNR 환자를 돌보는 과정은 상황마다 다양하고, 환자를 돌보면서 예정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는 간호사들의 경험 또한 매우 복합적이다.
특히, 중환자실 간호사는 중환자실의 특수성에 따른 업무로 인하여 의학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와 DNR 환자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부담을 가지며(12), DNR 결정 이후 간호활동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환자의 임종상황을 맞이하게 되므로 DNR 환자 임종과 관련된 경험은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간호사에게 환자의 죽음은 인간적 갈등과 업무량 과중으로 스트레스와 상관관계를 보이고(13), 임종에 대한 안타까움과 허망함(14), 이별에 대한 슬픈 감정(15)을 가지며, 간호과정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딜레마(16)를 경험한다. DNR 환자 임종과정은 일반적인 환자의 임종이 가져오는 공통적인 상황 외에 DNR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한 문제로 간호사에게 다른 차원의 감정과 인식,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DNR 환자와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일반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한 무디어짐(17), 무의미한 생명연장술에 대한 딜레마, 임종 전 가족간호의 필요성 경험(13)에 대해 보고한 연구결과는 있으나 중환자실에서의 DNR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죽음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의 상황을 나타내기에는 불충분하고, 탐색이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에서 DNR 환자의 임종을 지켜본 간호사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들의 임종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연구결과를 통하여 DNR 환자의 존엄한 죽음이 실현되고, 생애말기 간호과정에서의 체계적인 간호를 확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DNR 환자의 임종을 겪으면서 수용하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 의미와 그 구조를 기술하는 것이다. 연구 질문은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에 대한 경험은 어떠한가?”이다.
본 연구는 DNR 환자의 임종을 경험한 간호사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하여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한 질적 연구이다.
대상자는 경기도 소재 3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로 임상 경력 3년 이상이면서, DNR 환자 임종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연구목적과 절차에 대하여 설명 후 연구에 동의한 간호사 8명이다. 참여자 표출방법은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로부터 충분한 DNR 환자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추천을 받는 방식의 눈덩이 표집법을 사용하였다.
자료 수집기간은 2016년 7월부터 8월까지이며,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진행되었다. 인터뷰 일정과 장소는 1∼2주전에 사전 협의하여 정하였고, 면담장소는 소회의실 등과 같은 외부와 차단되는 공간을 이용하였다. 또한, 인터뷰 전 연구 주제와 목적에 대해 미리 설명하여 참여자가 DNR 환자 죽음경험에 대해 미리 생각할 시간을 주어 깊이 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뷰 소요시간은 평균 60분이었고, 질문내용은 반 구조화된 질문을 이용하면서 면담시 필요한 내용은 필사노트를 이용하고 면담내용은 녹음하였다. 면담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 자료의 포화시점이라고 판단되었을 때 자료수집을 종료하였다. 면담 시 사용된 주요 질문은 “DNR 환자 임종 경험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DNR 환자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DNR이 아닌 환자와 DNR이 결정된 환자의 임종경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DNR 환자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과의 경험은 어떠한가?”였다.
연구내용과 방법은 K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승인번호: KWNUIRB-2016 06-002)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하고 참여자의 비밀보장과 익명성, 연구 참여자가 원할 시에는 언제든지 연구 참여 철회가 가능함을 설명하였다. 또한 인터뷰 시 면담내용에 대한 녹음과 필사, 녹음된 내용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을 설명하고 연구 종료 시 수집된 정보는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위 내용은 참여자의 서면 동의서를 받은 후 진행하였다.
참여자로부터 얻어진 면담내용은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기술하는 현상학적 방법인 Colaizzi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Colaizzi 방법은 개인 속성보다는 연구 참여자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해 내는데 초점을 맞춘 분석방법으로(18)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에 대한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먼저 자료 분석을 위하여 녹음내용을 필사한 후 연구자들이 충분히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자료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였다. 둘째, 필사본을 다시 읽으면서 간호사의 감정과 생각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진술문을 추출하였다. 셋째, 뽑아낸 진술문을 앞뒤 맥락을 연결하여 다시 읽으면서 주요 의미를 정리하고 넷째, 주요 의미와 진술문을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여 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제를 뽑아내고 주제모음을 구성하였다.
연구의 엄격성 확보를 위하여 Guba와 Lincoln (19)이 제시한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fittingness), 감사가능성(audibility),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의 4가지 준거를 적용하였다. 연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대상자는 중환자실 경력이 3년 이상인 간호사로 선정하였고, 녹음내용 그대로를 필사 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진술의 의미와 도출된 주제에 대하여 참여자의 확인 과정을 거쳤다. 적합성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속한 중환자실 간호사 중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3인에게 도출된 주제와 주제모음이 자신이 경험한 DNR 환자 임종경험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또한 감사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의 주도 하에 연구의 전 과정을 표준적인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노력하였다. 연구의 확인가능성을 위해 연구자들의 가정과 해석을 명확히 하고 자료 분석 시 연구자의 주관과 편견을 배제하며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구대상자 8명은 모두 여성이었고, 연령은 20대에서 50대까지이다. 결혼 상태는 기혼이 6명이었으며, 종교를 가진 경우가 5명이었다. 중환자실 경력은 3년 이상이 2명, 8년 이상이 6명이었고, 임상경력은 3년 이상 2명, 9년 이상 13년 미만이 3명, 20년 이상이 3명이었다(Table 1).
Table 1 .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Participant | Age | Sex | Marital status | Religion | Clinical carrier (yrs) | Length of ICU experience (yrs) |
---|---|---|---|---|---|---|
1 | 43 | F | Married | None | 20 | 10.5 |
2 | 33 | F | Married | None | 13 | 8.5 |
3 | 36 | F | Married | Christianity | 10 | 8.7 |
4 | 24 | F | Unmarried | None | 3.9 | 3.9 |
5 | 48 | F | Married | Christianity | 9 | 9 |
6 | 50 | F | Married | Christianity | 25 | 12 |
7 | 25 | F | Unmarried | Christianity | 3.6 | 3.6 |
8 | 49 | F | Married | Catholic | 25 | 15 |
ICU: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 경험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 자료에서 128개로 구성된 진술문을 구성하였고 그 중 70개의 의미 있는 진술문을 추출하여 이것을 9개의 주제와 4개의 주제 모음으로 구성하였다(Table 2).
Table 2 . Theme, Theme Cluster, Meaningful Statements..
Theme clusters | Themes | Meaningful statements |
---|---|---|
Ambiguity of death without correct answer | Decision of death by others | Death to be chosen regardless of patient’s will. |
A natural acceptance of death | Naturally facing death. | |
Preparing death for dignity | Family to accept and prepare for death. | |
A dilemma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death and work | Feeling sorry for the torpor of death | At the last moment, expect hope to survive. |
Predicted death and dull feelings of emotion in work | Ignore the feelings of death by busy work. | |
The weight of death that is difficult to carry | Accepting the family to ease the weight of death | Death coming back to the wrong by medical staff. |
The sorrow of a family that has become mine | Become empathy for the sadness of the family. | |
Death-triggered reflection of life | Death situation of me and family connected with patient’s death | Death of a patient according to my situation. |
Looking back at the process of death | Decisions about death that you should choose when you are alive. |
DNR: Do-Not-Resuscitate..
이 주제모음은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 의 3개의 주제가 포함되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DNR 환자의 죽음에서 자신이 배제된 죽음 결정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과 자연스러운 임종과정을 받아들이며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DNR 결정 이유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족의 경제적인 상황에 의하거나, 의료진에 의해 결정되는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1번이 돈이더라구요… 환자모시고 가겠다는 거예요… 오늘 차 안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가겠대요.”(참여자 1)
“경제적 여건이나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그냥 DNR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이 안타깝죠, 더 살고 싶은데,..본인의 결정이 아니고 의료진의 결정에 의해 DNR이 되는 경우가 있고…”(참여자 3)
주제
주제 1에서 나타난 DNR 죽음의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하게 생명유지 장치에 의한 연명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다가온 죽음에 순응하며 자신의 수명에 따라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DNR은 깔끔하게 돌아가시는 느낌, 자기 몸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돌아가시는 거잖아요… 그 사람의 명을 늘린다고 해도 죽을 때는 의학적으로 연장해도, 연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살만큼 살고 돌아가실 거 같아요.”(참여자 7)
주제
간호사들은 주제 2에서 나타난 환자의 죽음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환자가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간호사 스스로 먼저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였고, 존엄한 임종이 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으며, 가족들도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DNR 이라고 결정된 분들은 나도 내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게 있어요. 죽음에 대해 그 분이 돌아가시는 거를 나 스스로 준비하더라구요…”(참여자 6)
“미리 보호자들에게 알려서 환자와 같이 있을 수 있게 하는 시간을 배려함으로써 가족들이 모이게 하고 나름대로 죽음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참여자 1)
이 주제모음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죽음에 대한 미안함’, ‘예정된 죽음과 업무 속에서 무뎌진 감정’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간호사들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죽음을 하나의 업무로 처리하게 되는 자신을 인식하였고, 감정이 무뎌지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환자의 죽음으로 인한 감정과 간호업무 사이에서의 부조화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생명연장술을 포기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보면서 상태가 나빠져도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경험하였고, 임종 후에도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간호에 대한 후회와 미안해 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DNR 받은 환자에게는 죄책감도 있고 아, 정말, 이렇게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정말 이 환자가 DNR 해서 환자나 보호자한테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참여자 2)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전까지 있던 분인데 사라지는걸 보니까 일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좀 더 인간적으로 케어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해요.”(참여자 5)
주제
간호사들은 예정된 죽음 앞에서 임종 이후의 업무를 바쁘게 진행하면서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거나, 감정이 무뎌짐을 느끼고 있었다.
“예견된 죽음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이런 것들이 무뎌지고, 덜 해지는 거 같아요, 안타까움, 애처로움, 이런 느낌들이 조금 덜해요.”(참여자 2)
“빨리 보호자 부르고, 주치의한테 미리 말해놓고 기다리다가 사망하면 닥터 불러서 사망진단하고, 진단서 받고, 빨리 장례식장 내려야 그 다음 일이 진행되니까요.”(참여자 4)
이 주제모음은 ‘죽음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가족 받아들이기’, ‘내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슬픔’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DNR 환자의 가족들을 가까이에서 대하면서 죽음을 무게를 덜어내고자 하는 가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같은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죽음이 주는 무거움을 나름대로 감당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가족들이 DNR 환자의 상태악화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결정한 DNR에 대한 죄책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의료진의 탓으로 돌리려는 감정적 분노나 투사도 받아들여야 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결국 DNR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 환자가 돌아가시는 상황을 어떻게든 의료진에게 돌리고 싶어서 너 네가 이런 게 아니냐 하고…”(참여자 1)
“얼마 전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하니, 선생님이 그 말하기 전에는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해서 더 심하게 나빠졌어요, 해서 참 보호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참여자 6)
주제
간호사들은 면회를 오는 가족들과 DNR 환자 임종과정을 함께 하면서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거나 감정 이입되기도 하였다.
“환자분들이 돌아가실 때 울고 애도하고 슬퍼하고, 같이 울어요.”(참여자 1)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환자에 대한 애도, 마지막 기도 같은 거, 그리로 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표정, 마음전달….”(참여자 8)
이 주제모음은 ‘환자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나와 내 가족의 죽음, ‘죽음의 길 되돌아보기‘의 2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DNR 환자 간호과정에서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DNR 상황을 연결하고, 환자의 삶과 죽음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고찰하고 있었다.
주제
간호사들은 DNR 결정 환자의 임종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앞으로 닥쳐올 나와 내 가족의 죽음과 상황을 대입해 보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DNR해서 돌아가신 분 보았을 때 아,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저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죽을 때, 내 가족들이 죽으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이걸 극복해야 될까…”(참여자 2)
“DNR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하면 선뜻 못할 거 같아요, 죄 짓는 것 같아서요. 사인 해달라고 하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받으라고 해요… 그렇게라도 하면 내가 부모님을 죽인 것 같다는 느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들기도 하고…”(참여자 8)
주제
임종경험을 통해서 간호사들은 DNR에 대한 태도와 의미를 되새기는 것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죽음의 순간, 혼자 떠나게 되는 고독한 길에 대하여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죽음을 좀 다르게 본거 같아요. DNR에 대한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거 같고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환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참여자 3)
“장례식장 내리고 나서 빈 침대를 보면 참 인생이 이거구나 하는 게, 그냥 치워지는 느낌. 먹먹할 때가 있어요.”(참여자 4)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DNR 환자의 임종을 겪으면서 수용하는 개인의 주관적 의미와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죽음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바라보았고, 죽음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제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었다. 또한 DNR 결정 과정과 죽음에 대해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복잡한 감정을 함께 수용하였고, 자신과 가족을 DNR 상황과 죽음에 대입하여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모음인 ‘정답이 없는 죽음의 양면성’은 간호사들이 DNR 환자 임종에 대해 서로 다른 측면을 동시에 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간호사들이 죽음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게 되는 것은 선행 연구에서 DNR 결정과정에 대해 양가감정을 보이고(20), 임종환자 돌봄에 있어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는(21) 연구결과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3개의 주제인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 중에서 첫 번째 주제 ‘타인에 의해 잃어버린 죽음의 결정권’은 환자가 배제되고 가족과 의료진의 결정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DNR 결정이 과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결정인지, 가족들의 경제적인 문제와 상황적 조건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 및 혼란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22). 그러나 두 번째 주제인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마침표’에서는 DNR 환자의 죽음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 있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세 번째 주제인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함’은 다가온 죽음을 수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간호사들이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심리적, 상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치료중심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환자가 가능한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돌봄에 집중하고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23).
두 번째 주제모음인 ‘죽음과 일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딜레마’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임종을 그냥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간호사들이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반면, 죽음 상황에서는 임종관련 업무를 무덤덤하게 수행하는 복합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의 슬픔 속에서 나만 살아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24). 이 결과는 간호사들이 임종환자를 돌볼 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25),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것 같은 심정으로 인한 죄책감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20)와 비슷한 맥락이다.
간호사들이 느끼는 미안함은 간호가 대상자들에게 최적의 건강상태를 위해 유익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와 직업상 경험하게 되는 죽음이나 위협에 대한 인간고뇌의 문제(26)를 넘어서서 DNR이라는 주제에 대한 윤리적 가치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간호사들이 윤리적 가치관의 갈등과 불일치를 경험할 때 간호업무와 개인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27). 따라서 간호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 DNR 환자에 대한 간호행위의 정당성 및 윤리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에 대한 간호윤리 지침과 의사결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예정된 죽음과 업무 속에서 무뎌진 감정’은 대상자들의 진술을 통해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경력이 쌓임에 따라 죽음에 익숙해져서 슬픔과 애처로운 감정이 무디어진 것이고, 두 번째는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죽음을 같이 슬퍼하고 아파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바쁜 업무에 치여서 임종처치에 급급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다. Lee (14)의 연구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죽음에 무감각해지고 빨리 정리되어야 하는 하나의 일이 되어버림을 자각하는 경험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중증환자와 DNR 환자를 함께 돌볼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의 간호사들은 생명의 위기에 처한 환자를 우선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간호사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 상황에서의 DNR 환자 죽음은 간호사에게 더 큰 감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주제모음인 ‘가족이 안고 있는 죽음의 무게 감당하기’는 가족들의 복잡한 감정을 수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간호사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투사하는 대상이 되고 있었고, 상태악화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의 탓으로 돌리는 가족들의 분노를 수용해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가족의 분노와 투사는 환자상태가 악화될수록 가족들이 환자가 자신들에게 원망을 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되고,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간호사에게로 투사한다고 한 연구결과(17)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Kubler-Ross와 Kessler (28)는 가족들이 자신의 깊은 아픔과 슬픔, 공포를 은폐하기 위해 죽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죽음 직전 다른 이에게 전이시킨다고 하였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죽음과 관련된 가족의 감정을 성숙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분노와 적개심의 기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24), 환자 가족들이 DNR을 결정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내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슬픔’이라는 주제는 간호사들이 환자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상실에 대한 정서적 고통에 감정 이입되어 함께 슬픔을 공감하고 애도를 표하는 경험을 나타낸다. 울어준다는 것은 상호 신뢰를 나타내며 간호사가 가족의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24). 간호사들이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감정이입이 되거나(29), 환자와의 관계에서 슬픈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때 간호사들이 감정에 흔들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업무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정서적 부담감을 경험할 수 있다(15). 그러므로 간호사가 환자의 죽음에서 오는 자신의 슬픔을 인정하거나 감정이입을 자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충분한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마지막 주제모음인 ‘상실로 얻은 삶에 대한 성찰’ 에서는 ‘환자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나와 내 가족의 죽음’, ‘죽음의 길 되돌아보기’의 2개 주제이다. 간호사들은 DNR 환자 임종경험 후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 삶을 반추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행연구에서도 간호사들이 임종환자를 돌보면서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죽음을 생각하며, 매 순간 삶에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4,30). 또한 DNR 환자의 임종경험으로 간호사들이 생명의 중요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간호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는 Lee (31)의 연구와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본 연구결과 중환자실 간호사의 DNR 환자 임종과 관련된 경험 중 적극적 치료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환자의 죽음과 다른 부분은 다음의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간호사들은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해 복합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는 DNR 환자의 죽음에 대해 간호사로서의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세 번째는 간호사들이 DNR을 결정한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자신에게 투사하는 것을 감당하거나 가족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DNR 환자의 죽음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치료, 간호범위에 대한 모호함과 관련하여 간호사들에게 혼란과 갈등, 감정적 부담을 가져오고, 죽음 후 가족의 감정적인 투사와 같은 현상도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는 DNR 결정이 대부분 가족과 의료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22), 많은 가족들이 DNR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언급하지 않거나 상의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32). 특히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갈등은 대부분 진료비 문제와 간호의 부담감으로 인한 가족문제와 관련되어 있다(33). 죽어가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보다는 살아있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의 DNR이 결정되는(22) 현실 앞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윤리적인 지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회복불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과 판단주체, DNR 결정 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현실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죽음은 모든 인간 각자에게 개별화된 경험이며 문화, 종교, 가치관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34). 따라서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또한 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중환자실 환경에서 DNR 환자에 대한 개별적이고도 전인적 간호를 통한 죽음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생애말기 환자에 적합한 환경조성과 인력관리 계획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의의는 중환자실에서의 DNR 환자 임종 경험을 통해 간호사들이 갖게 되는 복합적인 시선과 감정적 부담, 죽음에 대한 성찰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을 확인하였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DNR에 대한 회복불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 및 DNR 결정 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현실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DNR 환자에 대한 간호행위의 정당성과 윤리문제에 대한 분석,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DNR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중재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으로 이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과 개발이 요구된다.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Participant | Age | Sex | Marital status | Religion | Clinical carrier (yrs) | Length of ICU experience (yrs) |
---|---|---|---|---|---|---|
1 | 43 | F | Married | None | 20 | 10.5 |
2 | 33 | F | Married | None | 13 | 8.5 |
3 | 36 | F | Married | Christianity | 10 | 8.7 |
4 | 24 | F | Unmarried | None | 3.9 | 3.9 |
5 | 48 | F | Married | Christianity | 9 | 9 |
6 | 50 | F | Married | Christianity | 25 | 12 |
7 | 25 | F | Unmarried | Christianity | 3.6 | 3.6 |
8 | 49 | F | Married | Catholic | 25 | 15 |
ICU: Intensive Care Unit.
Table 2 Theme, Theme Cluster, Meaningful Statements.
Theme clusters | Themes | Meaningful statements |
---|---|---|
Ambiguity of death without correct answer | Decision of death by others | Death to be chosen regardless of patient’s will. |
A natural acceptance of death | Naturally facing death. | |
Preparing death for dignity | Family to accept and prepare for death. | |
A dilemma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death and work | Feeling sorry for the torpor of death | At the last moment, expect hope to survive. |
Predicted death and dull feelings of emotion in work | Ignore the feelings of death by busy work. | |
The weight of death that is difficult to carry | Accepting the family to ease the weight of death | Death coming back to the wrong by medical staff. |
The sorrow of a family that has become mine | Become empathy for the sadness of the family. | |
Death-triggered reflection of life | Death situation of me and family connected with patient’s death | Death of a patient according to my situation. |
Looking back at the process of death | Decisions about death that you should choose when you are alive. |
DNR: Do-Not-Resuscitate.